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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청담하늘채 탐방기 2 공지일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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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하늘채'

동서남북 탐방기(東西南北 探訪記) NO. 2

 

 

요람에서 무덤까지

- from cradle to grave -

 

[西]

 

2023531일 수요일 12:00,

5호선 종착역 '하남검단산'3번 출구.

부지런한 김목사는 'GENESIS GV80' 준마(駿馬)를 몰고 와서 일찍부터 비상등을 켠 채 길손을 마중 나와 있었다.

 

오랜만에 뵙는 미소띤 목사님이 더없이 반가왔으나,

그 놈의 대형공사 탓에 일그러진 얼굴을 펼 수가 없었다.

탈레반처럼 검은 마스크로 가린 부어오르는 볼테기 위로 얼음팩 찜질을 하는 찡그린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었으니 예상도 못한 내 모습에 김목사께서는 얼마나 황당했으랴.

 

모처럼 귀하게 찾은 장날은 출발부터가 난관의 연속이었다.

'관우의 5관 돌파'처럼, 오늘 이 곤혹스러운 난관을 끝까지 잘 돌파(?)할 수 있으려나.....

 

관운장으로 돌변한 김목사는 익숙한 솜씨로 적토마에게 채찍을 가하며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숙련된 마부처럼 요리조리 잘도 달린다.

 

오래전 팔당대교 인근 창우리에서부터 검단산 정상을 오르고 산곡초등학교 방향으로 혼자 하산한 기억이 있는데,

어쩐지 길이 그렇게 낯설지가 않다.

영화 필름처럼 스쳐 지나가는 마을 텃밭과 야산의 녹음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풍경에 잠시 잇빨의 고통을 잊는다.

 

'맞아~ 검단산 기슭의 이 풋내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구나...'

 

후회 막심하던 지금까지의 응어리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검은 마스크 위로 얼음팩을 문지르며 부어오른 오른쪽 볼을 찜질하는 기괴한 몰골은 여전했지만.....

 

한참을 애마는 질주를 계속한다.

과연 길이 있을까 싶은 가파른 오르막 산길을 씩씩거리며 오르던 적토마는 산기슭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건물 앞에서 달리기를 멈춘다.

계곡과 야산이 환히 내려다 뵈는 오늘의 목적지,

꿈의 전당 노인요양시설 '청담하늘채'에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경기 하남시 산곡동로 32번길 57 청담하늘채요양원)

 

@ @ @

 

5층 건물인 하늘채는 산속에 고요히 터전을 잡은 평화로운 왕국이었다.

멀리로 탁 트인 시원한 전망은 계곡과 산등허리의 능선이 중첩(重疊)되어 이어진 한폭의 동양화였고,

한개한개 쌓아올린 벽돌 건물은 정겹고도 고풍스러웠다.

 

바람소리와 새소리 풀벌레 울음소리가 자연이 연출하는 화음으로 흐르는 고요하고 아늑한 쉼터,

어르신들의 고단한 일상을 위로하는 천혜의 안식처(安息處)일 듯싶었다.

 

원래는 빌라로 지어진 건물을 김목사 부부께서 어르신들의 안식처로 가꾸느라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을까.....

그 눈물이 흐르고 흘러서 요람(謠籃)으로 탄생했구나!

 

가장 높은 산 꼭대기 넓은 터에,

건물은 반지하 1층에 지상 4층 총건평 500평으로 어르신들의 포근한 보금자리는 모두 67개를 꾸몄고,

현재 모시고 있는 어르신은 정원 67명에 전원(全員) Full로 입주(!)하신 상황이다.

 

봉사하고 있는 직원만 42명이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어르신들의 절반이 훨씬 넘는 직원들이 정성들여 한분한분을 보살피고 있으니 그렇지 아니한가!

이곳이 바로 김목사 부부가 피땀 흘려 일군 낙원이로구나~

천국은 하늘에 있을 것이나 가까이 지금 바로 이곳에도 있음을 굳이 헤아리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이 간다.

 

대장의 포스가 물씬 풍겨나는 직원 대표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에 Service Area인 반지하에서(사실은 1층이나 다름 없다) 김목사의 안내로 1층으로 올라가서 본격적인 '청담하늘채' 투어를 시작한다.

 

춘추 보령하신 어르신들의 안전 때문에 둘러쳐진 울타리 철망 안으로 그림같이 예쁜 산책로가 이어져 있고 옆에는 산밑으로 이어진 넓은 텃밭에서 싱싱한 각종 소채가 오손도손 앞다투어 자라고 있다.

농부로 변신한 김목사가 단톡에다 가끔 소개했던 바로 그 텃밭이다.

 

농사라곤 지어본 적이 없을 범생이 김목사께서 일등 농부로 변신하여 400평 가까운 넓은 옥토를 일구었으니 농장을 호령하는 전사, 바로 일등농군지장(一等農軍之將)이 아니겠는가~!

자연농법으로 생산된 무공해 유기농 채소는 모두 어르신들 밥상에 오른다니 건강식단이 얼마나 찰지고 영양지고 맛깔스러울까!

 

거대한 물탱크와 연결된 스프링쿨러 자동 급수시설과,

소형 로타리를 이용한 기계식 현대농법으로 경작한다니 그저 놀랍기만 할 뿐이다.

작은 꿈과 소망이 땀으로 영글어서 이렇게 왕국을 세웠구나!

그 대단한 비젼(vision)과 집념과 추진력에 경이로움과 감동에 젖는다.

 

작년까지는 손수 텃밭을 가꿨으나 뭐든 적당히 넘기지 못하는 성격 탓에 그만 몸이 망가졌었나보다.

금년 2월 중순에 '어깨 회전근개 파열'로 수술을 받았으니, 스스로 자초한 그 고행을 어찌 할꼬?

더 이상 직접 농사는 지을 수가 없기에 현재는 직원들이 돌보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무슨 이팔청춘인가?

가파른 일흔 고개도 이미 넘어섰는데...

물론 마음이야 아직도 너른 운동장을 맘껏 누비는 10대 소년이지만.....

 

복분자가 아닌 토종 산딸기가 텃밭 가장자리에서 빨갛게 새색시 볼처럼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낙원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척에 있음에도 우리는 늘 먼 피안의 세계만 조망하는 우매한 중생들이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호젓한 동화 속의 농원 풍경이었다.

완숙한 딸기 또한 어르신들 밥상에 올린다니,

아마도 상큼한 딸기 향을 맡으면서 먼 옛날 갈래머리(까까머리) 시절의 추억을 아련히 곱씹고 계시지 않을까?

 

이곳 평화가 흐르는 왕국에 입주(!)하신 어르신 천사들께서는 2년 전에 '전국요양원 어르신 대항 노래자랑대회'에서 '최우수상(2)'을 수상했다고 한다.

어르신들 10여명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하모니카 반주에 맞추어 덩실 덩실 천사 춤을 추시며 '아리랑''잘했군 잘했어'를 생글생글 웃어가며 부르셨으니 상상만 해도 어르신 천사들의 강림(降臨)이 아니었으랴~!

물개박수 ㅉㅉㅉ...

 

참석한 누가 보더라도 당연한 대상(1) 수상이었으나,

늘 예정된 주최측의 농간(?)은 정치적인 세속의 법칙이니,

아쉽긴 하지만 '최우수상'이 바로 대상임을 안다.

주최측의 피치 못할 저간의 사정(?)이 있었으려니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검단산 기슭 이곳 왕국에 천사들이 강림하여 터를 잡고 계심을 만천하에 알렸으니 이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 있으랴!

할렐루야(Hallelujah)~!!

 

@ @ @

 

농원을 배경으로 백원사는 열심히 인증샷을 날리는데,

그렇게도 오고 싶어하던 낙원을 직접 발품 팔아 포근한 품속에 깊숙히 안겼으니 아마도 가슴은 뿌듯하고 감동은 충만하리라.

나는 기괴한 몰골이 사나워서 피사체 요청을 굳이 사양한다.

그러나 마음은 한없는 경이로움으로 가득했다.

이렇게 평화가 깃든 터전을 가꾼 김목사 부부님께 존경과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투어와 인증샷까지 모두 마친 우리들은 직원대표에게 격려의 작별인사를 올리고 다시 김목사의 적토마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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